[노크]리뷰/진준엽

소리를 찾는 여행 

씨앙(연극 배우, 창작공동체 무적의 무지개)

몸으로 하는 연주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비트박스 같은 것을 떠올렸다. 빠르고 정신없는 현란한 기술에 감탄하게 만드는 공연 말이다. 비트박스는 주로 입으로 하는데 이건 몸 전체로 한다니까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겠다고 생각했다. 몸 여기저기를 막 때리면서 리듬을 만드는 것을 상상하면서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을 보고 나니 나의 상상이 틀린 것은 아닌데 뭔가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 느낌을 전달할 수 있지?

혼자 있는 시간에 내 몸 여기저기를 두드려보게 되는 것? 두드려보기도 하고 문질러보기도 하면서 혼자 감탄하는 것? ‘녹녹’의 공연을 내 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몸으로 만드는 리듬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부족하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뭔가 완성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공연은 완성된 느낌이 아니었다. 저 고갯길을 지나면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산행? 아니 산책? 여행 같은 것이었다. 

그럼 몸으로 찾아내는 소리? 몸에서 나는 소리이긴 하지만 몸이라고만 하면 그것도 부족하다. 소리는 몸에서 나지만 나에게 전달되는 것은 몸이 아니라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주인공은 리듬이 아니라 소리다. 소리를 찾아내는 것. 이건 소리를 찾는 여행이구나. 나한테는 그렇게 다가왔다. 리듬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소리에 담긴 느낌을 전달하는 것. 강렬한 리듬으로 훅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스며드는 것. 물론 빠르고 경쾌한 리듬도 존재했다. 하지만 현란한 기술에 현혹되기보다는 소리를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 공연의 제목이 왜 노크인지 알 것 같다. 이 사람들은 감정에, 느낌에, 정서에 그리고 자기 몸에 노크를 하며 찾은 것들을 정성스레 모아서 나에게 노크를 하는구나. 이 이상한 다섯 명이 모여서 한 것은 연습이라기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것이었겠구나. 그리고 공연을 보러 갔다가 얼떨결에 동행했던 나는 집에 와서 내 마음에 그리고 몸에 노크를 하게 됐구나.

집에 와서 그들의 이상한 박수를 흉내 내고 몸 여기저기를 두드려도 보고 쓰다듬어 보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정말 한도 끝도 없다. 자세를 고치다가 의자와 엉덩이가 내는 소리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산울림 극장에서 한 시간 있다 왔는데 공연이 끝나지 않는다. 공연을 보고 왔더니 나에게 마법이 걸려 있었다. 

2만 원 내고 봤는데 즐기는 건 끝이 없으니 이건 완전 개이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