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리뷰/안석희

누구나 반갑게 활짝 문을 열 수 있도록

안석희(싱어송 라이터)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리드미컬한 두 번의 노크 소리에 이끌려 빼꼼 문을 열면 알록달록 옷을 입은 다섯 요정들이 서 있다. 숲에서 놀다 온 듯 옷깃에 연한 초록 물이 들었고 어느새 나비의 날갯짓을 흉내 내며 당신 주위를 돌고 있다. 다섯 요정들이 이끌어가는 바디뮤직콘서트<노크>는 소리와 몸짓으로 상쾌한 숲의 기운을 당신의 일상으로 전한다.  

발 구르기, 손뼉 치기, 손가락 튕기기, 손 비비기, 입소리 온몸 구석구석과 내가 서 있는 바닥과 공간을 만나 만들어지는 다채로운 소리는 폰과 화면에서 들리는 인공적인 소리처럼 나를 자극하기보다 몸과 마음을 풀어지게 한다. 문득, 나도 모르게 꽤나 긴장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소리들이 서로를 흉내 내며 쌓이기 시작하더니 가볍게 풀어진 귀와 몸을 살짝 살짝 들썩이게 한다. 우악스럽게 내 감각을 잡아채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리듬이다. 그래, 이건 내 몸으로 만드는 몸짓, 내 몸짓으로 만들어 낸 소리니까. 부드럽게 나를 두드리고 열어주는 유쾌한 초대다. 

초대에 응한 나는 다시금 자각한다. 내 손이란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맞잡고 마주치고 쓸어내리고 흔들며 공기의 결을 만들어 리듬으로 파문을 전한다. 묵묵히 내 몸을 받치고 선 내 발은 또 얼마나 많은 소리를 창조하는가? 몰래 좋아했던 마음을 들킨 듯 심장이 쿵쾅대기도 하고 낙엽을 차며 시무룩하게 터벅거리는 소리와 사뿐사뿐 잔디밭을 걸으며 내는 사락거림까지 만들어 낸다. 어디선가 나비가 하나 둘 날아와서 내 곁을 돌며 함께 하자고 말을 건다. 이 광경을 보던 사람들이 저마다 자유로운 몸짓으로 소리를 만든다. 쌓인 소리는 흥겨운 리듬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마지막 손뼉 소리가 크게 울리면 우리는 원래 퍼커셔니스트였다는 걸 걸 깨닫는다. 

악기 연주와 함께 하는 ‘서랍 속 자장가’와 바닷가의 정경을 표현한 ‘오후의 해변’은 기분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친구의 선물 같다. 마지막 연주에 이은 커튼콜로 모두의 환호성이 모이면 이 다섯 요정의 초대를 따라온 것이 큰 행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손뼉과 발 구름, 환호성도 이 공연의 일부가 되어 우리 안에 새로운 잠재성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을 축복하며 마무리된다.  

바디뮤직이라 불리는, 몸의 모든 부분에서 나오는 소리와 몸짓을 활용한 공연양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어릴 적 쎄쎄쎄로 불렀던 박수놀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견되고 저마다 고유의 전통 예술로 발전하기도 했다. 스페인 플라멩코의 주요 요소인 팔마스, 인도네시아의 사만 춤, 쥬바 댄스로 불리는 미국의 햄본 등이 대표적인 문화유산들이다. 무대예술로 현대화하는 시도도 활발한데 넌버벌 퍼포먼스의 시조로 유명한 스텀프를 비롯하여 남아프리카의 검부츠 댄스 등, 연행예술의 다양한 요소로 시도되고 있다. 대중예술 외에 고전음악계에서도 오르프, 코다이 등이 음악교육의 도구로 활용하며 전문적인 공연으로 발전시켰다.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도 일찍이 교육적 효과에 주목하고 몸타, 혹은 컵타 라는 이름으로 수업에 활용해 왔다.  
      
이 흐름 속에서 녹녹의 바디뮤직콘서트<노크>의 새로운 시도는 반가운 일이다. 이 형식의 공연예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는 여전한 고민을 안고 있지만 몸을 활용해 감각을 새롭게 하고, 창조성의 원천이 되는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만드는 체험 워크숍의 형태로, 또 집중을 분산하는 자극이 아니라 감각을 일깨우고 몸과 마음을 통합하는 명상 경험으로 다양한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앞서 말한 각국의 민속음악 유산과 세계의 바디뮤직 팀과 국제적 교류를 통해서 문화적 다양성을 키워나가는 활동도 기대해 본다. 더불어, 관객의 만족도를 더 높이는 기획과 연출 또 기술에 기반한 아이디어가 덧붙어 녹녹의 슬로건처럼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함께 할수록 더욱 즐거운 새로운 소통의 예술 형태’로 피어나길 기원해 본다. 

이 매력적인 노크 소리가 들리면 누구나 반갑게 활짝 문을 열 수 있도록!